압박 : 치열한 중원 전투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리버풀과 파리는 전술적으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였다. 1차전에서 리버풀은 4-2-4 형태로 수비 블록을 만들고 역습 위주로 운영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전방 압박 빈도를 높이며 공격적인 템포를 유지했다. 전방 압박이 강해지면서 경기 속도는 급격히 올라갔고, 양 팀은 빠르게 볼을 탈취하고 공격으로 전환하는 극한의 전환 싸움을 반복했다. 리버풀이 압박을 가하면 파리는 이를 뚫고 역습을 시도했고, 리버풀이 공을 빼앗으면 즉각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등 경기 내내 숨 가쁜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리버풀의 전방 압박은 항상 리스크를 동반한다. 많은 숫자를 공격적으로 배치한 만큼, 압박이 풀리면 상대 공격진과 최후방 수비진이 단번에 맞닥뜨리게 된다. 전반 12분, 파리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멘데스가 측면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뎀벨레에게 한 번의 패스를 연결했고, 코나테가 다른 선수들을 대비하느라 뎀벨레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공간이 열렸다. 뎀벨레는 측면에 있던 바르콜라에게 공을 내줬고, 바르콜라는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코나테와 알리송이 겹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은 뎀벨레가 공을 낚아채 마무리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파리 역시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양 팀은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패스를 차단하려 했고, 여기서 승리한 팀이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하는 형태였다. 이런 맞불 싸움 속에서 선수들의 스프린트 횟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전반전부터 체력 소모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와 같은 경기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체력'과 '교체 선수의 기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역습 : 리버풀의 한계와 파리의 효율
리버풀은 이날 자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특공대 역습 상황을 맞이했지만, 최전방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살라는 결정적인 찬스에서 마무리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고, 조타는 패스 선택과 등지는 플레이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루이스 디아스 역시 경기 내내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리버풀은 몇 차례의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후반전에 리버풀은 지속적으로 파리의 수비를 압박하며 많은 코너킥을 얻어냈다. 후반에만 여섯 개의 코너킥을 시도했지만, 파리의 골키퍼 돈나룸마가 이 모든 위협적인 상황을 훌륭한 판단력으로 막아냈다. 적절한 펀칭과 위치 선정 덕분에 반 다이크와 코나테가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리버풀의 세트피스 공격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 리버풀의 공격수들이 체력 소모로 인해 후반전에 들어오면서 공격력이 점점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교체된 선수들 역시 경기 흐름을 뒤집을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조타를 대신해 투입된 누네스와 비르질 판 데이크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한편, 파리는 바르콜라와 뎀벨레를 활용한 빠른 역습을 통해 리버풀의 수비를 끊임없이 위협했다. 파리의 왼쪽 라인에서 멘데스와 파초가 살라를 철저히 마크하며 리버풀의 측면 공격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리버풀은 중앙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해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승부차기 : 돈나룸마의 벽 앞에서 무너진 리버풀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졌고, 리버풀과 파리는 추가 시간 동안에도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결국 승부차기로 향했다. 연장전에서 파리는 여러 선수들을 교체하며 경기 흐름을 바꾸려 했고, 이강인도 후반 연장전에 교체 출전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스코어 변화 없이 승부차기가 진행되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돈나룸마였다. 돈나룸마는 승부차기에서 엄청난 선방을 연이어 보여주며 파리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누네스의 강력한 슈팅을 막아내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이어서 커티스 존스의 땅볼 슈팅도 정확한 반응 속도로 쳐내면서 2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국 파리는 승부차기에서 4-1로 승리하며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편, 파리의 승부차기 대비 전략도 주효했다. 연장 종료 직전, 승부차기를 대비해 하비에르 에체베리를 투입하며 키커의 집중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경기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였고, 결국 리버풀보다 안정적인 승부차기 운영을 보여주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과 파리는 유사한 경기 모델을 가져갔지만, 최종적으로 결과를 가져간 것은 파리였다. 중원의 비티냐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 바르콜라-뎀벨레의 빠른 역습 전환, 그리고 왼쪽 수비라인에서 살라를 봉쇄한 멘데스와 파초의 활약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반면, 리버풀은 공격진의 부진과 결정력 부족, 그리고 돈나룸마의 엄청난 선방에 가로막혀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리그컵 결승을 앞둔 리버풀에게 이번 패배는 뼈아픈 결과다. 반면, 파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8강까지 진출하며 자신감 있는 경기력을 이어갔다. 과연 파리는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까지 노릴 수 있을까? 앞으로의 경기가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