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 점유율을 활용한 후방 전개
아르네 슬롯의 리버풀은 클롭의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 플레이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그는 펩 과르디올라와 데 제르비의 영향을 받아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풀어가는 전술을 선호한다. 빌드업 과정에서 슬롯은 골키퍼를 활용해 후방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상대의 전방 압박 강도에 따라 센터백이 깊게 내려가거나,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합류해 숫적 우위를 형성한다. 상대의 전술에 맞춰 후방 빌드업을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며, 풀백을 좁게 배치하거나 미드필더를 센터백 사이에 배치해 볼을 효과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한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경우, 슬롯은 데 제르비가 사용하는 방식처럼 짧은 패스 플레이로 상대를 끌어들이고, 빠르게 공간을 만들어내는 패턴을 활용한다. 공을 센터백-미드필더-풀백 순서로 짧게 연결하며 상대 수비를 유인한 뒤, 미드필더가 다시 센터백에게 리턴 패스를 주는 순간 넓은 풀백이 오버래핑을 시도해 공간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중앙 공간을 지배하면서도 측면 공격 루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격 : 중앙 오버로드와 14번 구역 활용
슬롯은 크로스보다는 중앙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그는 "14번 구역"이라고 불리는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쪽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면 골문으로 직접 슈팅하거나 다양한 각도의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므로, 보다 높은 득점 확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리버풀은 공격 시 중앙 미드필더와 윙어가 14번 구역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윙어는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드리블하며 상대 수비를 박스 안으로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14번 구역의 미드필더가 컷백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다. 상대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중원을 강화하면, 슬롯은 역으로 어시스트 구역을 활용해 공을 측면으로 돌리고, 빠른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공격 전개 시 선수들의 역할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 윙어(살라)는 전통적인 윙어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중앙으로 침투하는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을 수행하며, 이에 따라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가 넓은 위치를 차지하며 윙어의 빈 공간을 커버하는 구조를 만든다. 왼쪽에서는 윙어가 넓게 위치하며 풀백이 안쪽으로 침투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압박 : 4-4-2 형태의 조직적인 수비
슬롯의 리버풀은 클롭의 4-3-3 전방 압박과 다르게 4-4-2 형태로 압박을 진행한다. 윙어들이 미드필드에 합류하며 상대가 측면에서 쉽게 탈압박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유지하고,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전방으로 올라가 스트라이커와 함께 압박하는 방식이다. 공을 빼앗긴 후 즉각적으로 압박하지 않고 상대의 두 번째 패스를 유도한 후 압박을 가하는 점도 특징이다. 슬롯은 공을 잃은 직후 무리하게 압박하는 것이 상대의 패턴 플레이에 의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대가 패스를 통해 첫 번째 압박을 풀어낸 후 본격적인 맨투맨 프레싱을 가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윙어와 미드필더가 상대의 패스 경로를 차단하고, 풀백은 중앙 수비라인을 유지하며 상대의 전진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상대가 측면을 활용하려 할 경우, 윙어들이 깊숙이 내려와 보조 풀백 역할을 수행하며 수비적으로 안정성을 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풀백이 과도하게 전진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비 라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전술적 변화 : 클롭의 리버풀과 슬롯의 차이점
클롭의 리버풀은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의 공격적인 전환 플레이를 기반으로 했다. 반면, 슬롯은 보다 차분한 점유율 중심의 경기 운영을 지향하며, 공간을 점진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클롭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슬롯은 중앙에서의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한, 클롭의 4-3-3 전방 압박이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이었다면, 슬롯의 4-4-2 압박은 보다 조직적으로 상대의 패스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슬롯의 리버풀은 클롭의 전술적 기반 위에서 보다 정교한 점유율 기반 플레이와 유동적인 포지셔닝을 결합하며, 현대 축구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전술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