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피케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완벽한 센터백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탁월한 수비력, 빌드업 능력, 그리고 전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티키타카 축구에 최적화된 센터백으로서, 단순한 수비를 넘어 공을 소유하고 배급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을 포함해 라리가, 코파 델 레이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2010년 월드컵과 유로 2012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이번 글에서는 피케의 전성기 활약, 수비력, 그리고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빌드업 능력을 중심으로 분석해본다.
제라르 피케의 전성기: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피케는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라 마시아에서 성장했지만, 프로 데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큰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08년 바르셀로나로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복귀 첫 시즌부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팀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고, 바르셀로나가 2008-09 시즌 **트레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0년대 들어서도 그는 바르셀로나의 수비를 책임지며 황금기를 이끌었다. 카를레스 푸욜과 짝을 이뤘던 시절에는 피지컬적인 강점과 빌드업 능력을 조화롭게 활용하며 수비 라인을 조율했고, 이후 푸욜의 은퇴 후에도 자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의 후방을 이끌었다. 바르셀로나에서만 라리가 8회, 챔피언스리그 3회, 코파 델 레이 7회 우승을 기록하며 클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센터백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그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푸욜과 함께 완벽한 수비를 선보이며 단 2실점만 허용했고, 결승전에서도 네덜란드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며 스페인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유로 2012에서도 스페인의 2연패에 기여하며 대표팀에서도 세계적인 센터백으로 인정받았다.
제라르 피케의 수비력: 영리한 위치 선정과 태클 능력
피케는 전통적인 수비수들과는 다르게 강한 피지컬보다는 뛰어난 위치 선정과 전술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수비를 펼쳤다. 194cm의 큰 키를 활용한 공중볼 장악력도 뛰어났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경기 흐름을 읽고 미리 차단하는 능력이었다. 그는 수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태클을 시도하기보다는 상대 공격수가 볼을 받기 전에 차단하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이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의 점유율 축구에서 중요한 요소였으며, 상대가 역습을 시도하기 전에 미리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1대1 수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바르셀로나가 높은 라인을 유지할 때, 상대 공격수와의 거리 조절을 통해 뒷공간을 허용하지 않도록 했고, 빠른 판단력으로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며 수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벤제마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로도 강한 모습을 보이며 ‘빅 매치에 강한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라르 피케의 빌드업 능력: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역할
피케가 전통적인 수비수들과 차별화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빌드업 능력이었다. 그는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공을 잡았을 때도 정확한 패스와 넓은 시야를 활용해 팀의 공격 전개를 돕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전술에서는 후방 빌드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피케는 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짧은 패스를 통해 미드필더들과 원활한 연계를 보여줬으며, 필요할 때는 롱패스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는 플레이도 자주 선보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피케를 두고 "그는 수비수이지만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으며, 실제로 그는 경기 중 미드필더처럼 전진해 상대 압박을 깨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5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보여준 후방 빌드업은 피케의 전술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였다. 피케는 단순한 수비수가 아니라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는 수비력뿐만 아니라 빌드업, 경기 조율 능력까지 갖춘 센터백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많은 팀들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참고해 빌드업이 가능한 센터백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맨체스터 시티의 후벵 디아스,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 바르셀로나의 로날드 아라우호 같은 현대적인 센터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수비수들이 단순히 상대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도 피케와 같은 선수들의 영향이 크다. 피케는 2022-23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긴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수많은 우승을 경험하며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앞으로도 많은 센터백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그는 단순한 수비수를 넘어, 팀 전체의 플레이를 조율하는 현대 축구의 상징적인 센터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