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 점유율보다 공간을 활용하다
한지 플릭은 바르셀로나의 전통적인 점유율 중심 빌드업에서 벗어나, 공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변화시켰다. 사비 감독 시절 바르셀로나는 공을 소유하는 데 집중하며 짧은 패스를 이어갔지만, 플릭의 방식은 수직적인 패스를 통해 빠르게 전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빌드업 단계에서 그는 선수들을 가급적 넓게 배치해 상대 수비진을 최대한 벌려 놓는다. 이를 통해 패스 옵션을 늘리고, 공간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바르셀로나는 짧은 패스로 압박을 피하려 했지만, 플릭은 오히려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빠르게 공을 전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센터백들은 직접 공을 운반하는 역할도 수행하며, 피벗 미드필더는 상대의 압박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해오는 경우, 플릭은 기존 4백 구조를 순간적으로 3백 형태로 변형해 풀백이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도록 한다. 동시에 피벗 미드필더를 수직으로 배치해 센터백과 함께 패스 경로를 형성하고, 상대 압박을 풀어낼 수 있는 옵션을 만든다. 이런 비대칭적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우회하고, 공격 전환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플릭의 핵심 전략이다.
공격 : 유동적인 포메이션과 공간 침투
플릭의 바르셀로나는 공격 상황에서 매우 유동적인 형태를 띠며, 특정한 포메이션보다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전통적인 3-2-5 포메이션을 사용하되, 선수들의 위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윙어들은 터치라인을 넓게 활용하기도 하고, 인버티드 윙어로 중앙으로 침투하기도 한다. 특히, 야말과 같은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측면에서 1대1 돌파를 유도하며 공간을 만든다. 공격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커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는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수비수들의 마킹을 흐트러뜨린다. 특히 스트라이커는 종종 깊숙이 내려와 미드필더와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이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끌어내고 후방 침투할 공간을 만든다. 또한, 플릭은 상대 수비진이 정렬되기 전에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데, 이를 위해 센터백과 피벗 미드필더들이 직접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롱패스와 다이렉트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기존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기반 공격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수비 : 게겐프레싱과 하이프레스의 결합
플릭의 수비 전술은 독일식 게겐프레싱과 바르셀로나의 기존 압박 전술이 결합된 형태다. 상대가 공을 잡자마자 빠르게 압박하여 볼을 되찾는 것이 기본 원칙이며, 이를 위해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이 정교하게 설정되어 있다. 전방 압박 시 바르셀로나는 4-2-2-2 형태로 전환하여 중앙을 강하게 압박하고, 상대가 측면으로 공을 돌리면 윙어와 풀백이 함께 압박을 가한다. 상대가 백 3을 활용해 빌드업을 시도할 경우, 플릭은 스트라이커를 전진 배치하여 상대 수비진을 압박하고, 미드필더 한 명을 공격적으로 전진시켜 3대3 상황을 만든다. 이를 통해 상대가 짧은 패스를 통해 탈압박을 시도하는 것을 차단하고, 롱볼을 유도하여 볼을 회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만큼, 뒷공간을 노리는 상대의 롱패스에 취약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플릭은 전방 압박이 실패할 경우 빠르게 4-4-2 형태로 전환하여 중원에서 수비 블록을 형성한다. 동시에 피벗 미드필더 한 명이 깊숙이 내려가 수비를 지원하며,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바르셀로나의 풀백들은 수비 시 적극적으로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상대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센터백들의 부담을 줄이고, 상대가 측면 크로스보다는 중원을 통해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측면이 열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윙어들이 수비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플릭의 바르셀로나는 기존의 점유율 기반 축구에서 벗어나, 공간 활용과 빠른 전진 패스를 중심으로 한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수비적으로는 높은 압박과 게겐프레싱을 결합하여 상대가 쉽게 탈압박하지 못하도록 만들지만, 뒷공간이 열릴 위험이 있어 빠른 전환과 조직적인 수비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플릭의 바르셀로나는 전통적인 바르셀로나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독일식 압박과 공격 축구를 결합해 보다 현대적인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